
허은아 전격 탈당 후 이재명과 포옹..“같은 길 가겠다”
2025-05-20 15:19
허 전 대표는 유세 현장에서 이 후보의 소개를 받고 단상에 올라, “저는 누구보다 오랫동안 보수에 대해 고민했던 정치인이었다”며 “국민의힘에서도, 개혁 보수를 희망하며 이준석 후보와 함께 제3당을 창당했지만, 그 길의 끝은 실망과 좌절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국민의힘도 개혁신당도 결국은 가짜 보수, 가짜 개혁이었다”며 기존 보수 정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허 전 대표를 무대에 소개하며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보수의 자리로 돌아가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쪽에서 견디다 못해 탈출한 분을 모셨다”고 말한 뒤 직접 다가가 포옹하고 손을 들어 보이며 환영했다. 이 후보는 허 전 대표가 오랜 시간 고생했다고 언급하며 “제대로 된 보수의 가치를 민주당 안에서 실현해 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 전 대표는 이날 유세에서 이 후보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며 “제가 반대 진영의 대표였음에도 이 후보는 일관된 태도, 배려, 실행력을 보여줬다”며 “그것이 포용의 리더십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는 분열과 혐오가 아닌 통합과 책임을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위기 앞에 필요한 리더는 책임감과 실행력, 준비된 대통령”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허 전 대표는 특히 자신이 성장한 영등포 청과시장을 언급하며 “이곳은 제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며 “이곳에서 이 후보와 손을 잡고 인사드리는 것은 제게도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짜 개혁이 아니라 진짜 개혁, 무책임이 아니라 책임 정치, 무례한 무능력이 아니라 겸손한 유능함을 선택하겠다”며 이 후보와 함께하는 정치적 행보를 예고했다.
이 후보 역시 허 전 대표의 지지 선언에 화답하며 “위기의 대한민국을 함께 손잡고 넘어갈 새로운 동지 허은아를 환영한다”고 말했고, 유세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이재명과 허은아의 이름을 연호하며 화답했다.
허은아 전 대표는 2020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개혁 보수를 표방한 정치 세력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개혁신당 창당에 참여해 대표로 선출됐지만,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끝에 올해 1월 당원소환 투표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탈당했다.
이날 유세 현장에는 허 전 대표뿐 아니라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전날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공식 입당식을 가졌으며, 보수 진영에서 민주당으로 이동한 또 다른 사례로 주목된다. 앞서 개혁신당 출신 김용남 전 의원 역시 지난 17일 광주 유세에서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으며, 문병호 전 의원도 곧 지지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의원은 민주당 출신으로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후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국민의힘을 거쳐 개혁신당 창당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 후보와는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보수 진영에서 민주당으로 이동하거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인사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이 후보의 ‘통합 행보’가 점차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이 후보 측은 이를 두고 “제대로 된 보수와 함께 가겠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허 전 대표의 지지 선언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고된 행보이기에 놀랍지 않다”며 일축했다. 그는 “개혁신당 타이틀을 이용해 방송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했던 인사들이 있었고, 그들은 비례대표 공천을 노리고 로비도 했지만 우리는 공정한 공천을 했기 때문에 결국 엇나간 것”이라며, “이 후보가 그런 인사들을 모아서 보수를 포용한다고 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허 전 대표는 미래 지향적인 보수 인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허 전 대표의 지지 선언을 계기로 정치권의 세력 재편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후보의 확장 전략이 대선을 앞두고 어떤 실효성을 거둘지 주목된다.
기사 장이안 기자 jeanahn325@updow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