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창작 뮤지컬의 실화 담은 '더 퍼스트 그레잇 쇼’

2025-05-20 15:14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되짚으며, 그 역사적 순간을 무대 위에 되살리는 작품이 관객들을 만난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선보이는 신작 코미디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뮤지컬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960년대 중반, 정부 주도로 급조된 뮤지컬 제작의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오는 5월 29일부터 6월 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살짜기 옵서예’의 탄생 배경을 유쾌하게 재구성한다.

 

1966년,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한 ‘살짜기 옵서예’는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을 제작한 예그린악단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체제 선전에 적극 활용하던 북한의 가무극에 자극받아 창설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그린악단은 이후 여러 차례 명칭과 운영 주체가 바뀌며 지금의 서울시뮤지컬단으로 이어졌다. 이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국가의 명령으로 시작된 한국 뮤지컬의 기원을 극적인 상상력과 함께 무대 위에 풀어낸다.

 

작품 속 주인공은 중앙정보부 문화예술혁명분과 실장 유덕한과 그에게 간택돼 졸지에 연출가가 된 배우 지망생 김영웅이다. 유 실장은 북한에 맞설 대형 공연을 기획하기 위해 전국의 오페라 가수, 트로트 가수, 전통예술인 등을 불러모으며 뮤지컬을 만들기 시작한다. 뮤지컬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국가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하는 이들의 분투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연출을 맡은 김동연 연출가는 “관객들이 부담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쇼의 전통을 살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살짜기 옵서예’의 연출을 맡았던 고(故) 임영웅 연출가에 대한 헌사의 의미도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그러나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실제 사건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허구와 상상을 더한 창작물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의 김덕희 예술감독은 “정치적 배경에서 출발한 소재이지만, 공연 자체의 재미와 감동을 중심에 두고 연출했다”며 정치적 색채보다는 뮤지컬의 본질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박해림 극작가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했을 때의 낯설음과 설렘을 담고 싶었다”며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음악적 구성도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컨트리, 솔, 알앤비(R\&B),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넘버들이 무대를 채운다. 작곡을 맡은 최종윤 작곡가는 “명작 뮤지컬들을 레퍼런스로 삼아 코믹하면서도 귀에 익은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며, 곡 자체의 친숙함과 유쾌한 터치를 강조했다. 김덕희 단장은 “여러 명곡이 숨어 있는 만큼, 관객들이 그 곡을 찾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며 “힘든 일상 속에서 웃음과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2023년부터 본격적인 창작 개발에 들어가 2024년 낭독 공연을 거쳐 2025년 정식 공연으로 이어지기까지 약 2년에 걸쳐 완성도를 높여온 결과물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자신들의 역사적 뿌리를 되짚고, 동시에 한국 뮤지컬의 출발점에 대한 창의적 재해석을 담아낸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예술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뮤지컬이 낯설던 시대, 체제 선전이라는 무거운 명분 속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사람들의 웃음과 감동을 끌어낸 예술로 발전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첫걸음을 무대 위에 다시 올리는 ‘더 퍼스트 그레잇 쇼’. 그 황당하고도 위대한 여정은 지금도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신선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기사 장지성 기자 jangjisung@updow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