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필승조 붕괴, LG 불펜 초비상

2025-05-20 15:21

 LG 트윈스가 시즌 초반 마운드 운용에서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주축 불펜 자원들의 연이은 부상 이탈로 인해 필승조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선발 투수들에게 걸리는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LG 선발 송승기는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의 4-0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이날은 송승기가 올 시즌 처음으로 100구 이상을 던진 경기로, 평소보다 긴 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회까지 92구를 던진 송승기는 점수 차가 넉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6회 마운드에 다시 올라와 삼자범퇴로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송승기가 평소보다 한 이닝 더 마운드에 오른 배경에는 염경엽 감독의 고심이 있었다. 현재 LG는 불펜진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장현식이 광배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김강률 역시 어깨 부상으로 빠지면서 필승조로 분류할 수 있는 투수는 김진성과 박명근 정도뿐이다. 이 상황에서 선발투수가 5이닝만 소화할 경우, 남은 4이닝을 현재 남아있는 불펜진으로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염 감독은 결국 송승기에게 한 이닝을 더 맡기며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했다.

 

15일 경기 전, 염 감독은 '필승조가 누구냐'는 질문에 "많다"며 웃었지만, 그 웃음은 허탈함에 가까웠다. 그가 언급한 이름은 박명근, 김진성을 제외하면 백승현, 배재준, 김영우였다. 사실상 경험과 안정감 면에서 확신할 수 있는 필승조는 두 명뿐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LG는 현재 필승조를 앞세우는 불펜 전략 대신, 비교적 경험이 적은 투수들을 먼저 투입하고 이후 위기 상황이 오면 김진성과 박명근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한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불펜 운용은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낳기도 했다. 지난 17일 키움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선발 코엔 윈이 4⅔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오자, 불펜이 연이어 무너지며 6-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6-7로 역전패를 당했다. 김진성이 5회 2사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6회 다시 마운드에 올라 흔들렸고, 뒤를 이은 백승현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폭투로 실점하며 추가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박명근까지 조기에 투입됐지만, 7회와 8회 추가 실점을 막지 못하며 승리를 내줬다.

 

반면, 18일 경기에서는 선발 요니 치리노스가 6이닝을 버텨주면서 불펜이 비교적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었다. 물론 이 날도 위기는 있었다. 이우찬이 ⅓이닝만 책임졌고, 박명근과 성동현이 각각 ⅔이닝을 맡았으며, 김진성이 4아웃 세이브로 마무리하며 어렵게 경기를 지켜냈다. 결국 LG가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발이 최소 6이닝을 책임져야만 가능한 구도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송승기의 호투는 팀에 단비 같은 존재다. 송승기는 올 시즌 8번의 선발 등판 중 절반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불펜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주고 있다. LG는 현재 장현식, 김강률 외에도 유영찬, 에르난데스, 함덕주, 이정용 등 복귀를 기다리는 투수 자원이 많지만, 이들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현 엔트리 내 자원으로 최대한 버텨야 한다. 그렇기에 선발 투수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고, 특히 송승기와 같은 안정된 선발이 있는 날은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 팀 내부의 공감대다.

 

결국 LG의 당면 과제는 명확하다. 불펜진의 전력 약화를 선발진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느냐, 그리고 젊고 경험이 부족한 불펜 자원들이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에 따라 팀의 성적은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향후 주요 투수들의 복귀가 이뤄질 때까지 LG의 불펜 운용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 유우빈 기자 yoowoobini@updowndaily.com